노혜린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의과대학은 사회와 환자를 위해 자격을 갖춘 의사를 배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교육기관이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을 반드시 졸업해야 한다. 우리는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에게만 의사로서 진료할 권한을 준다. 의과대학 이외의 대학을 다닌 사람은 의사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의과대학이 졸업생을 배출할 때는 그 의사의 자질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여 진료가 가능하다는 일종의 인증을 하는 셈이다.
ten Cate는 네덜란드의 University Medical Center Utrecht에 재직하는 의학교육학 교수이다. 그는 기본의학교육의 통합과정, 동료교수(peer teaching), 전공의과정에서 역량바탕교육 등의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이 논문에서 100년 전에 비해 21세기 현재 의과대학의 교육이 어떻게 달라졌으며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재고해 볼 것을 제안한다. 이 논문은 우리로 하여금 21세기 의과대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성찰하게 한다. 필자는 이 논문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며 독자들도 의과대학의 역할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ten Cate는 이 논문에서 100년 전 플렉스너 보고서가 나올 당시에는 전공의교육이 언급도 되지 않았다고 기술한다. 즉, 당시에는 의과대학에서 받은 교육으로 의사가 평생동안 진료를 하는 데 충분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21세기 의사에게는 다르다. ten Cate는 법적으로 의학 학위는 여전히 중요하겠으나, 이제 의과대학 졸업은 의사 역량 개발의 시작일 뿐, 그 마지막 단계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에 그는 아래와 같은 질문을 통해 21세기 의과대학의 역할을 성찰해보자고 촉구한다.
100년전과는 달라진 시대의 흐름에 비추어볼 때 우리나라의 제도는 아직 100년 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추가적인 수련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진료를 하는 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요즈음 전공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단독 진료를 하려는 의사는 드물다. 우리는 의학 학위에 추가하여 전공의 과정을 거쳐 전문적인 자격을 갖추어야 그 의사가 충분한 진료능력을 갖춘 것으로 여긴다. 즉, 전공의 과정이 당연시됨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도는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성과바탕교육, 포트폴리오평가 등 새로운 의학교육 개념과 방법들이 쏟아지는 시점에서, 그리고 전공의교육과정을 새롭게 확립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현 시점에서 이 논문은 의과대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우리 의과대학들은 우수한 졸업생을 배출하기 위해 학습목표를 다듬고 교육과정을 개선하고 교수개발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국가시험에 대비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이에 더불어 이제는 거시적인 시각으로 의학교육의 전체과정을 포괄하여 의과대학의 역할과 위치, 그리고 의학교육의 방향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이에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 역할도 크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