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서 보낸 참 소중한 시간들

KAMC 해외연수 장학생 소감문

이스라엘에서 보낸
참 소중한 시간들

강민수 한양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4학년

이스라엘에서 보낸 참 소중한 시간들

저는 이스라엘의 Tel-Aviv Sourasky Medical Center로 소아외과 실습을 다녀왔습니다. 이 나라는 2차 세계 대전 이후에 건국된 신생국가이면서도 중동전쟁에서 일당백의 승리를 거둔 작지만 강한 나라이며 유혈충돌이나 테러의 위험이 상존하는 가운데서도 놀라운 경제발전을 이룩한 의료 선진국이기도 합니다. 특히 출산율이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으며 이 나라에서 가장 큰 수련병원인 TASMC에는 Dana-Dwek Children´s Hospital이라는 연간 1000건 이상의 수술이 이루어지는 어린이 전문병원이 속해 있어 소아 환자에 특화된 다양한 증례를 참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습니다. 불과 얼마 전에도 테러가 있었고 위험한 지역이라 만류하는 주위의 조언이 많았음에도 미지의 세계에 도전한다는 각오로 이스라엘 실습을 강행하였습니다.

쉽지 않은 선택을 한 만큼 실습시간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고 철저하게 준비를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외국 병원에서 의료진 및 환자들과 대화가 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실습을 할 수가 없을 것이 분명하므로, 틈만 나면 영어와 히브리어를 공부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덕분에 영어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실습과정은 물론 히브리어만 쓰는 소아환자의 병력 청취나 신체 진찰을 하는데도 큰 어려움이 없었고, 이를 지켜본 의료진들이 제가 실습을 위해 잘 준비되어 있다고 말해 주셨습니다.

또한 OSCE 교육 동영상들을 Tablet PC에 담아 틈 나는 대로 보면서 학교 실습에서 배우고 연습했던 것들을 되새기고 늘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 그 결과, 실습 병원의 수술방에서 suture와 tie를 할 기회가 처음 주어졌을 때, CPR 요청이 왔을 때, 병동이나 외래 및 응급실에서 신체 진찰을 할 때, 병동환자 EKG를 찍어야 할 경우 등, 갑작스럽게 주어진 여러 상황에도 머뭇거림 없이 자신감을 가지고 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Uptodate를 개인적으로 구독하고 textbook 베이스로 미리 소아외과 질환들을 공부해 갔습니다. 원래 Resident나 Senior 선생님들만 진행하는 Journal club의 Small lecture에 자원하여 제가 미리 공부했던 질환 중 하나이면서, 실제 수술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Peutz-Jeghers Syndrome에 대해 30분간 혼자 영어로 설명할 기회를 얻게 되었고 조금은 긴장되었지만 잘 진행해서 여러 의료진들로부터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의대의전원협회에서 주신 귀한 장학금의 의미를 생각하며 되도록 알찬 실습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늘 있었습니다. 실습병원의 소아외과에서는 오후 3시면 모든 선생님들이 퇴근하시지만, 저는 과장님 및 여러 선생님들의 허락을 구하고, 빨라야 5시, 늦으면 새벽1시까지 남아서 조금이라도 더 배우려 노력했습니다. 실습과정에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임무 외에도 어린이병원의 병동 야간당직, 응급실 야간당직과 본원 외과계열 응급실 및 야간 응급수술 등 다양하고 폭 넓은 경험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소속된 소아 일반외과 수술을 비롯한 정규일정이 끝나면 미리 허락을 구해 둔 소아외과계열의 다른 분과 수술에도 들어가 보다 다양한 질병 및 수술들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비록 몸은 피곤했지만 병원에 머무는 시간에 비례하여 다양한 환자들을 만날 수 있었으며, 4주간의 기간에 비해 과분할 정도의 좋은 경험을 쌓게 되어 참 다행이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보낸 참 소중한 시간들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었던 만큼 이스라엘 병원의 독특한 시스템들을 경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수술실에서는 소아 환자의 경우 환아의 부모가 무균가운을 입고 들어와 환아의 상태를 마지막까지 확인하고 집도의와 다시 이야기를 나누면서 상세한 보호자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었고, 환아들도 심리적으로 훨씬 안정되어 보였습니다. 위생의 측면에서는 관리가 어렵겠지만, 환자의 정서적 측면에서는 장점이라 생각했습니다.

병동에서는 Child-life specialist들의 환아 교육이 굉장히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어린이병원의 병동 모든 층마다 별도로 병원학교가 운영되고 있었고, 전담 교사 및 봉사자들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각종 언어 수업, 미술 수업, 음악 수업 등을 전담하는 선생님들이 요일별로 방문하여 진행하였고, 환아에게 필요한 과목들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수술을 받는 환아의 경우 수술 전 수술이나 의료진 선생님들의 지위, 역할 등을 설명해주고 환아가 병원환경 및 수술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교재는 만들어나가는 단계였고, 다른 병원들과 연계하여 보다 체계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본원에서도 병원학교가 대안학교의 역할로 잘 운영되고 있는데, 국가간 Child-life specialist 사이에 교류가 있으면 환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또한 ´Dream doctors´ 프로그램으로 이스라엘 Ministry of Health 산하에서 29개의 병원을 무대로 활동하는 공인된 paramedical profession인 medical clown들 또한 독특한 제도라 생각했습니다. 모두 전문 희극인들 출신으로 aseptic하게 가운을 입고 행동하는 법과 병원 시스템, 환아들의 질병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병실, 수술준비실, 수술방까지 찾아가기도 하고, 병원학교에 참여하는 등 어린 환자들이나 난치병 성인 환자들이 병원에 적응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되어 보였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제도가 생기면 환자들의 삶의 질과 정신 건강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의과대학생들은 임상실습이 시작되는 학년부터 일과후 혹은 주말이나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Doctor´s assistant system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의과대학생들의 part-time job인 동시에 추가적인 실습교육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학생들은 관심이 있는 병원, 특정과 담당자에게 apply하여 지원을 하며, 병동이나 응급실에서 환자들을 직접 진료해보고, 수술파트에서는 인턴 혹은 레지던트 역할을 분담하며 경험을 쌓고, 의사처방 프로그램까지 다루어보므로 졸업 후 실제 일을 할 때 숙련된 상태로 업무를 할 수 있다는 혜택이 있고, 병원에서는 일손이 부족한 영역에서 최저시급에 가까운 비용으로 인적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보낸 참 소중한 시간들

무엇보다도 이번 실습의 성과는, 실습학생의 신분임에도 책에서만 보던 다양한 질환의 환자들을 직접 진찰하고 전문가들과 discussion해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우선, 4주 동안 한 과에서 외래 진료, 응급실 진료, 수술, 병동 입원환자 관리 등을 아울러 실습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환자들을 처음 외래나 응급실에서 만난 후 진단을 하고, 수술 전후관리 및 퇴원 후 follow up까지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갈 수 있었던 점이 매우 유익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술 스크럽의 경우 미리 준비하고 노력할수록 더 많은 것을 해볼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일정이 끝난 후에도 suture와 tie 연습을 하고, 다음 수술의 환자 파악을 꼼꼼하게 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고, 수술팀의 일원으로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외래 실습의 경우 한 진료실에서 Senior, Resident, Intern 등 4명 이상의 선생님들과 함께 환자들을 보며 신체 진찰에 대한 지도를 꼼꼼하게 받았고, 흔한 질환 뿐만 아니라 독특한 유전질환을 기저질환으로 갖고 있는 환자가 많았기 때문에 다양한 질환에 대해 깊게 discussion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Intensive하게 실습을 하면서 다국적 출신 의료진들과 친분을 쌓고 지금껏 연락을 주고받으며 교류하게 된 것도 또 다른 작은 수확이었습니다.

실습 마지막 날에는, 소아외과 과장님께서 "여러 나라에서 오는 실습생들이 많았지만 이렇게 열정적인 학생은 처음 봅니다." 라는 듣기 민망한 과찬의 말씀과 함께 수여해 주신 추천서를 받고 실습을 잘 마무리 했습니다. 처음에 실습할 국가와 병원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인터넷이나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봤음에도 이스라엘 실습 사례를 찾을 수가 없어서 조금은 불안했지만, 사례가 없다면 내가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진행하였고, 이제는 이스라엘에서 보낸 그 시간들이 저의 소중한 자산이며 참으로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잊지 못할 실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의대의전원협회 및 한양대학교 교수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