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속에서 이뤄지는 깊이있는 진료

KAMC 해외연수 장학생 소감문

여유 속에서 이뤄지는
깊이있는 진료

조희선 경상대학교 의과대학 4학년

저는 미국에 있는 Columbia University Medical Center로 4주간의 실습을 돌고 왔습니다. 콜럼비아 대학교 병원이지만 병원의 이름은 New York Presbyterian Hospital이고 뉴욕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맨하튼 어느 한 곳에만 병원이 있는게 아니라 여러 군데에 오피스가 있으며, 맨하탄 밖인 포트리, 태리타운 등에도 오피스를 두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형외과에 계신 교수님께 연락을 드려서 그 분의 일정을 shadowing하는 방식으로 실습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콜럼비아 대학교 병원에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general surgery observership으로 갈 생각으로 연락을 했고, 그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실습에 필수적인 정보를 제출했기 때문에 진료과는 다르지만 observership program을 이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실습을 시작하면서 교수님의 개별적인 일정을 shadowing하는 개인적인 observer로서 다녔습니다. 그렇게 shadowing 하는 것이 오히려 환자와 대화할 기회도 있었고, 환자의 의료 정보에 대해서 접속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유익했습니다. 그곳의 의과대학생과 같이 실습을 진행한 것이 아니었기에 미국의 실습 과정 등을 알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대신 저는 교수님의 역할과 환자들의 진료 방식 등에 대해서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진료를 하는 Columbia Doctors 라는 오피스는 168번가 New York Presbyterian Hospital, 51번가 51W 빌딩, 포트 리, 태리타운 등에 있었습니다. 각 위치마다 교수님이 일주일에 한번 가는 곳도 있었고 2주나 3주에 한번 씩 진료를 보러 가시는 곳도 있었습니다. 병원의 외래층만 분리해서 도시 이곳저곳에 오피스로 만든 느낌의 도시 곳곳에 있던 오피스는 처음에 평범한 사무실 건물에 있어서 놀랐습니다. 특히 미드타운에 있는 51W 빌딩은 호텔 로비같은 분위기였기에 매우 새로웠습니다. 그런 외래 오피스에서는 환자들이 영상을 찍거나 진료를 보았습니다. 수술은 최근에 척추 수술 전문 병원으로 바뀐 Allen Hospital에서 모두 이루어졌습니다. 이곳에서 아침에 척추 컨퍼런스가 이루어졌고 이후 아침 8시부터 수술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날 진료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진행되었던 진료 그 자체였습니다. 일단 예약 명단을 보면 하루에 30~40명 정도가 예약이 잡혀있고 한 사람당 10분 또는 20분으로 시간이 잡혀있습니다. Exam room 이라는 방마다 환자들이 들어가서 의사를 기다리는 구조입니다. 초진인 환자인 경우, 레지던트 또는 레지던트가 없는 경우 담당 간호사가 환자에게 기본적인 문진을 합니다. 그러면 교수님은 그 정보와 영상 등의 전반적인 정보를 종합하여 환자를 진료하러 들어가시고, 자세한 문진과 신체 진찰 등을 하십니다. 방을 들어가실 때마다 환자들에게 실습생이 참관하는 것에 대해 동의를 구합니다.

여유 속에서 이뤄지는 깊이있는 진료

한 가지 더 인상 깊었던 것은 환자들의 태도였습니다. 환자들은 본인의 신체 상태에 대해서 꼼꼼하게 설명을 하였고 또한 의학적인 질문도 적극적으로 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영상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지만 교수님이 설명하는 모든 것을 알려고 하였고 어느 척추의 어떤 이상이 있고 그래서 진단명이 무엇인지를 알아갑니다. 나아가 평상시 갖고 있던 모든 궁금했던 점을 물어봅니다. 그들이 궁금한 것이 없을 때까지 물어보는 것과 그걸 다 대답해주는 의사의 태도는 당연한 듯 했고, 시간에 전혀 구애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면 진료시간이 30분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클리닉에서의 진료를 볼 수 있던 날이 있었는데, 이날은 168번가 병원에서의 클리닉에서 진행되고 교수님과 더불어 각 년차의 레지던트와 펠로우들이 함께 합니다. 그날의 클리닉 팀이 배정되어 있습니다. 앞서 본 교수님의 진료와 같았지만 다른 점이 있었다면 의사들이 한 곳에 모여 있어서 의견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진료의 경우 레지던트가 한명씩 방에서 환자를 보지만, 미국에서는 여러 대의 컴퓨터가 있는 공간에서 항상 의사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 곳에서 진료를 보러갈 환자에 대한 정보를 읽으면서 확실하지 않거나 의문점이 있는 경우 동료 의사들이나 교수님에게 물어봅니다. 레지던트도 배우는 과정에 있는 사람으로서 모든 것을 알지 못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에 진료를 보는 와중에도 의견을 공유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매우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저는 정형외과를 아직 돌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수술방에서의 모든 수술이 새롭고 흥미로웠습니다. 수술방에 계신 모든 사람들이 질문을 하면 친절하게 대답해주는 분위기였습니다. 한국인 간호사분들도 몇 분 계셔서 미국에서 일하시는 것에 대해 여쭤보곤 했습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것은 일정 시간 지나게 되면 언어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없다고 하시면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조언을 주시기도 하였습니다. 교수님마다 다르겠지만, 저의 담당 교수님께서는 환자가 들어올 때부터 수술방에 함께 계셨고 수술 후 환자가 마취에서 깨고 나서까지 옆에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미국에서는 주로 교수가 환자에게 이상은 없는지, 그 옆에서 끝까지 함께 있는다고 합니다.

여유 속에서 이뤄지는 깊이있는 진료

미국 의대생은 4학년 때 일년 내내 원하는 과에서 실습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Subintern 이라고도 불리며 관심 있는 과들을 돌고, 이후 인턴이 되는 해에는 과를 정하고 들어가서 주치의를 맡습니다. 4학년 때 끝날 때 되면 환자들을 진료하고 진단하는 거에 익숙해진다고 합니다. 한국 의대생들도 물론 실습을 동일하게 돌지만 졸업과 동시에 완벽하게 진료를 혼자 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지에 대해서 제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나아가 졸업하기 전에 그런 기본적인 진료를 볼 수 있는 의사가 될 수 있는 그런 실습 시스템이 부럽기도 하였습니다.

한 달 동안 해외에서 실습을 하면서 저는 주로 한국과의 진료 환경, 의료 환경에서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서 주의 깊게 보았습니다. 그와 관련해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에 대해서 더 주의를 가지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일년 남은 실습에서 더욱 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의대생의 실습 과정에 대해서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컸지만, 동시에 다양한 진료환경을 보고 환자들과 대화를 해보고 소소하지만 큰 차이점 등을 배워갈 수 있어서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미국에서의 장점을 한국에서도 시도해볼 수 있도록 앞으로 생각을 키워나가고, 그래서 조금 더 나은 진료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짧은 순간들이었지만 앞으로의 제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동기를 준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소중한 경험을 갖게 해주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그리고 경상대학교의전원 학장님과 교수님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