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민 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연구이사, 충남의대
최근에 발표된 미국 대형병원의 수익분석 보고서를 보면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 눈에 띈다. 환자를 진료하여 얻는 진료수익은 점차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진단 및 치료기술에 대한 연구개발로 얻어지는 수익이 점점 커지고 있어 갈수록 치열해져만 가는 의료시장분야의 새로운 돌파구는 바로 융합 의과학 R&D라는 분석이다. 한 예로 2011년 미국 휴스턴 텍사스 헬스사이언스센터에서의 총 수익 중 연구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61.5%라는 보고를 보면 의학 분야의 미래는 이미 R&D로 넘어갔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러한 보고를 반증하듯이 미국의 대형병원은 이미 R&D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시작되어 새로운 의료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국내에서의 연구지원은 이를 따라가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상황이다.
융합 의과학 연구개발 분야의 핵심이 되어야 할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의 기초의학 전공 교수의 사정을 보면 어려운 현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2015년 대한의학회에서 내어놓은 자료를 참조하면 현재 우리나라 기초의학교실에 소속되어 있는 교수 중 의사비율은 평균 50% 정도이며, 이 중 2/3정도에 해당하는 323명이 2015년에 정년퇴직할 예정이라고 한다. 더욱이 기초의학분야에 있어 45세 미만의 의사교수는 전국을 합쳐도 60명이 채 되지 않아 현재의 상황에서는 융합 의과학의 다양한 연구 분야를 선도할 수 없으며, 기본적인 의학교육을 담당하기에도 역부족인 매우 암담한 상항이라 판단된다.
이러한 의학교육과 연구의 어려운 현실은 최근 협회에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2월 개최한 "의사과학자 육성 사업 활성화 심포지엄" 에서는 국회의원, 유관 정부기관과 협회 관계자 그리고 여러 전문가를 초청하여 의사과학자 육성사업의 문제점과 어려움 등에 대해 토의하고 개선안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심포지엄에서 개진된 여러 의견을 종합해보면 우선적으로 전일제 대학원생(MD/PhD 복합학위과정 학생 포함) 및 박사 후 연수과정(의사과학자)으로 근무하고 있는 전문연구인력에 대한 지원 비율의 확대 및 개인당 지원규모의 상향조정, 그리고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에 의과학 교육·연구 프로그램, 의사과학자 양성 및 멘토 프로그램 마련 등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이 제시되었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위치에서 활동하게 될 의사과자학자 육성 사업은 의과학을 전공한 인재들이 직업적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문제 해결형 전문 연구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각 단계별로 연구자 개인, 기관지원 및 제도개선 등이 범부처적으로 조율되어야만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며 이를 위해 협회에서는 주도적으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할 시점에 있다고 생각된다. 협회 연구위원회에서는 이러한 의견교환과 정책적 제안 마련의 장을 올 하반기에 다시 한 번 마련하여 좀 더 발전되고 중·장기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의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은 질병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과학기술의 융합과 최첨단을 동시에 추구해야만 하는 복합·융합 학문이며 이러한 학문적 특수성 때문에 의사교육제도를 거쳐 배출된 의사 또는 의과대학이 제공하는 의과학 교육을 통해 배출된 인재야 말로 융합 의과학을 선도하는데 가장 적합하다는 것은 누구도 의심치 않을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의 상황으로 볼 때 의학 및 의과학 분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별로 희망적이지 않다. 교육부의 의사과학자 육성사업은 여러 가지 내, 외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유명무실해져 버렸고, 의대·의전원의 연구 인프라 구축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어려움에 좌절하지 않고 한 단계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한 것은 제도적 지원 장치 마련일 것이다. 교육부의 의사과학자 육성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할 것이며 의과학 분야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는데 공감한다면 기초의학 연수의 제도 지원 등의 범부처적인 의과학 분야 지원제도가 있어야만 할 것이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치열한 의과학 연구 분야에 있어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정부와 대학이 함께 노력 해야만 할 것이라 판단된다. 서로 마음과 머리를 모아 융합 의과학 분야를 선도할 국가인재의 양성과 기초의학교육의 정상화를 이룩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