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로
아주대 의과대학장, KAMC 연구이사
최근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대국이 화제이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그 충격이 여러 분야로 던져지고 있다. 경제침체의 장기화, 청년실업이라는 현재 상황에 겹쳐 인공지능이 미래의 직업시장에 미치는 임팩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미래고용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전 세계에서 일자리 700만개가 없어지고 새로 200만개 정도가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포함한 스마트기술의 발전이 대신할 미래직업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사라질 대표적인 직종의 하나로 의사를 꼽는다. 예측대로 의사라는 직업이 소멸될지 다행스럽게도 그 예측이 빗나갈 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미래의 의사의 역할에는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는 점이다.
현재 대부분의 진료행위에서 요구되는 임상자료에 근거한 진단과 치료의 부분이야말로 인공지능에게 가장 먼저 양보해야 할 부분으로 예측되고 있다. 아니 이미 IBM 왓슨은 몇몇 유수한 병원에서 암의 진단과 치료부문에서 의사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그 정확도에 있어서도 인간의 능력을 추월했음을 인정받았다. 이러한 예는 비교적 빠른 시기에 확대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미래사회를 위해 의료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좋아지지 않는 경제 때문인지 수익면에서 악화되는 의료환경에도 불구하고 의과대학 입시는 여전히 높은 경쟁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수능 상위 0.5% 이내의 인재들이 모인다고 타 분야의 부러움과 질시(?)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의과대학 학생들이 의사면허증을 받고 수련과정을 마치고 진료일선에서 제대로 된 의사로 경제활동을 하게 되는, 10년, 20년 이후에 이들은 본인들이 기대했던 역할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면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못하다.
그렇다면 의과대학에서는 미래의 의사들을 위해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 현재 대다수 의과대학의 교육목표는 일차진료의사의 양성을 최우선의 교육목표로 담고 있다. 일부 의과대학 교육목표가 포괄적으로 다양한 전문분야에서의 리더 또는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으나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교육내용은 거의 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의학계에서도 의학교육의 선진화를 꾀하려는 노력을 시작하고는 있으나 환경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다.
미래의 의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담당하게 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차피 의학교육의 목표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변화하는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스스로 자기개발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 주는 것이다. 특히, 100세 시대를 맞아 점점 길어져가는 활동기간을 감안한다면 어떻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짧은 정규과정 내에 습득 할 수 있겠는가.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IT산업에 이은 대한민국의 차세대 먹거리로 바이오산업과 보건의료사업이 지목되고 있다. 특히, 국내외적으로 불황국면을 벗어날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어느 분야에서라도 먼저 경제활성화의 불씨가 지펴져 차세대 먹거리가 창출되어 많은 일자리가 생겼으면 하는 것은 온 국민의 바람이다.
우리나라의 바이오 및 보건의료 산업은 본격적인 투자가 된 것은 짧은 기간이지만 전문가·기술력 및 인프라 구축면에서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인정되는 반면, 그 성과가 산업현장이나 시장으로 확산되어 경제를 활성화 효과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부족한 요인의 하나로 바이오 및 보건의료 산업을 이끌 인재부족을 뽑는다. 나는 이 부분이 의사로서 새로운 역할 창출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바이오 및 보건의료분야가 제대로 현장과 시장으로 연결되려면 진료현장에서 제대로 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이 시도되어야 한다. 또한 도출된 연구성과들을 진료현장에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고 적용할 능력을 가진 유능한 전문인력, 즉 의생명 기초지식과 임상과 산업계를 연결할 수 있는 융합능력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의과대학은 우수한 인재를 많이 확보하고 있으므로 제대로 방향을 잡고 추진전략이 짜여진다면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곳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이 1960년대 이후 배출된 공과대학 인재들이 주역이었다면 지금의 우수한 의과대학의 인재들도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한 역할을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이 우수한 인력들이 미래에 제 역할을 못한다면 개인적으로는 물론 국가적으로 얼마나 손실이겠는가. 이런 일이야말로 정책적인 결정에 의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의 산발적인 지원정책들이 실효를 거둘 수 있게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진행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