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어깨에 오르다

KAMC 해외연수 장학생 소감문

거인의 어깨에 오르다

허문행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본4

"Bedside to bench to bedside"
현대 의학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수수께끼들을 풀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문제의 근본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Hematology, Oncology, Rheumatology 와 같은 분야는 지난 수십년 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 냈으나 아직도 알아내야 하는 게 더 많은 상황입니다. 각종 질병의 병태생리를 밝히고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을 바꿀 획기적인 치료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탄탄한 기초 연구가 뒷받침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제가 National Taiwan University Hospital (NTUH) 혈액내과에서 2주 간 실습을 진행하며 지도 받았던 Tai-Chung Huang 교수님은 환자를 진료하며 생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기초 연구를 진행하고, 여기서 얻은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치료법을 적용하는 translational research 에 관심이 많으셨습니다. 지도 교수님께서는 NTUH 에서 내과 전문의 과정을 마친 후 미국 Johns Hopkins University 에서 Genetics 와 Proteomics 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셨습니다. 그 뒤 대만에 돌아오셔서 실제 백혈병 환자 치료에 적용하기 위한 기초 연구를 진행 중이십니다. 2주간 교수님께 지도 받으면서 대만의 의료 시스템과 translational research 에 대해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거인의 어깨애 오르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Lab meeting"
연구실 회의에 참여하여 연구 진행 상황, 문제점 파악,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의대 학부생, 대학원생, 연구원, 교수님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 하에 각자 의견을 개진하며 열띤 토론을 하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최신 저널에 실린 논문을 다루는 journal club 에서는 단순히 그 논문을 요약하고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연구실에서 진행 중인 연구와 어떠한 연관이 있는 지, 창의적인 부분은 무엇인지, 연구의 한계는 무엇인 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심층적인 분석을 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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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이고 학생 주도적인 의대 실습"
지도 교수님께 백혈병, Next Generation Sequencing, Proteomics 에 관한 강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백혈병 환자 개인에게 맞는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고, 치료 후 백혈병이 재발했을 때 더 빨리 진단하는 데 유전자 분석, 막단백질 분석이 어떻게 쓰일 수 있을 지에 대해 배웠습니다. 또한 진단검사의학과에서 진행되는 현미경 수업에 참여하였습니다. 그 수업에서 혈액 분야 병리의 기초부터 각종 질환의 병리 소견까지 심도 있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국립대만의과대학 본과 3학년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는데 자신이 맡은 환자의 골수 채취를 참관하고 그 표본을 실험실로 가져와 교수님과 함께 환자의 슬라이드를 분석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단순히 교과서나 의무기록을 보고 환자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진단부터 치료 과정 전반에 학생이 깊이 관여하고 몸소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BMT conference, 회진, 외래진료 참관"
매주 월요일 오후에 골수 이식 대상이 되는 환자 케이스들을 모아놓고, 이식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컨퍼런스에 참여하였습니다. 혈액내과에 속해있는 모든 분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식을 진행할 것인지, 이전에 이식 받은 환자의 상태가 어떤지 매우 꼼꼼하게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또한 지도 교수님의 회진과 외래진료를 참관하였습니다. NTUH 도 서울대학교병원과 마찬가지로 대만 내에서 의료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희귀한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지도 교수님의 경우 본인의 기초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외래나 입원 환자를 적게 받고 남는 시간을 논문 작성, 실험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한국과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Gene sequencing 실습 및 발표"
교수님이 일하고 계신 연구실에서 각종 장비의 사용법을 익혔습니다. 환자에서 채취한 샘플을 어떻게 처리하고 이를 가지고 어떤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지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요즘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유전자 분석이 실제로 어떠한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과 함께 프로그램을 돌려보고 막대한 유전자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 익혔습니다. 한국에서 수업으로만 들었던 것들을 실제로 접해 봄으로써 더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교수님의 주된 연구 분야인 백혈병 같은 경우 치료법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여 환자의 생존률이 크게 상승한 질환 중 하나입니다. 다만 재발할 경우 예후가 좋지 못하므로 재발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미리 선별하거나 임상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재발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나름대로 재발 고위험군 진단 및 치료에 대한 알고리즘을 고안하고 이를 교수님께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동안 익힌 실험 기법, 최신 논문들을 참고하여 발표하였고 실습을 통해 배운 것들을 정리할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대만 의과대학 학생들과의 교류"
대만에 입국 전부터 국립대만의대 학생과 연결이 되어 입국에 필요한 절차, 준비할 사항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도착 후에는 학교 시설과 주변 편의 시설 이용에 대한 안내를 받았습니다. 2주 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열 명 정도의 대만 의과대학 학생들과 함께 관광도 하고 몇 차례 저녁 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만난 대만의 학생들은 모두 자신만의 구체적이고 확고한 꿈이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대만 최고의 의과대학에 다닌다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구체적인 설계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경제적 조건 등 현실적인 이유로 진로를 정하기보다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가장 중요시하고, 자신에게 맞는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자신감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거인의 어깨애 오르다

그동안 새로운 환경에서의 경험은 저에게 더 큰 목표를 부여하고 영감을 주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초석이 되어 왔습니다. 2주 간의 짧은 기간 이었지만 처음으로 다른 나라의 병원에서 실습을 진행하며 정말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 이었습니다. 특히 대만 병원의 높은 교육 수준과 연구 시설이 놀라웠고 아시아를 넘어 세계 의학을 선도하고자 하는 의학도들의 열정을 캠퍼스 곳곳에서 느낄 수 있어 기억에 남습니다. 기초 의학과 임상 의학 연구를 병행하고 싶은 저에게 Tai Chung Huang 교수님은 최고의 롤모델 이셨습니다. 좋은 연구 주제를 어떻게 잡는 지, 임상과 기초 의학을 어떻게 연계할 수 있는 지, 학자로서 어떤 자세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지 등 정말 많은 조언을 해 주셔서 잊지 못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새로운 목표를 세울 수 있게 된 이번 실습을 계기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