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건양의대 본과 4학년
저는 미국 New York, New York에 있는 Weill Cornell Medical College의 university hospital인 New York Presbyterian Hospital에서 4주간 Fourth Year Ambulatory Pediatrics라는 elective를 듣고 왔습니다. 그리고 Cornell에서 4주간의 elective 후에는 근처에 위치한 New York Center for Children이라는 곳에서 2주간 Child Abuse Identification and Treatment라는 elective를 들어서 총 6주간의 실습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두가지 실습 중 main 이었던 Cornell에서의 실습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Ivy League 중 하나인 Cornell University의 medical school인 Weill Cornell Medical College는 맨하탄 도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 university hospital인 New York Presbyterian Hospital(NYP)은 Upper East에 위치한 Cornell Campus와 Upper West에 위치한 Columbia Campus이외에도 여러 branch를 두고 있으며 New York에서는 number 1으로 rank되고 있는 병원입니다. Cornell branch의 경우 바로 옆에 정형외과와 류마티스내과로는 미국 내에서 각각 number 1과 2로 rank되는 Hospital for Special Surgery와 MD Anderson 다음으로 rank되는 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가 함께 위치하고 있어 세 개의 병원이 서로 협력하여 환자 케어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선택한 Fourth Year Ambulatory Pediatrics는 본과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elective 중 하나로써 outpatient primary care pediatrics를 중심으로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원래 정의상 ambulatory pediatrics는 일반적인 소아과 진료를 보는 primary care를 뜻하지만, 이 elective는 그 뿐 아니라 소아과 내의 다른 subspecialty clinic들에도 모두 참관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이 구성되어 있어 저는 저희 병원에서 보지 못한 다양한 세부분야의 외래 진료에도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매주 저의 스케쥴은 outpatient rotation에 있는 레지던트들과 같은 일정을 따랐습니다. 크게는 오전 오후로 외래 clinic을 가고 clinic 시작 전 아침에는 Pediatric Grand Rounds 등 컨퍼런스가 있었고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점심에는 레지던트/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Cornell faculty의 lecture가 있었으며 금요일 점심에는 "Professor´s Rounds"라는 interesting한 case에 대한 case review와 topic review, 또는 new research등에 대한 conference가 있었습니다. NYP에서 소아과 외래 클리닉은 오전 오후로 나눠져 동시에 여러 개의 subspecialty clinic들과 primary care clinic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매일 그날 열리는 다양한 clinic들 중 제가 더 관심있는 clinic을 골라서 참관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갔었던 clinic들은 일반적인 소화기, 호흡기, 신장, 내분비, 신경과 뿐 아니라 teenage mom을 위한 Teen Age Parenting Program(TAPP) clinic, adolescent clinic, 비만 아이들을 위한 Health for Life clinic, 당뇨 clinic 등 특정 환자군을 대상으로 하는 clinic도 갈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 추가적으로는 저희 병원에는 없었던 subspecialty인 소아 류마티스, 소아 재활, 소아 알레르기 clinic도 갈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외래 clinic에서 실습을 하면서 한국과 달라서 가장 먼저 놀랐던 점은 레지던트 들이 주체가 되어 외래가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학병원의 외래 진료는 교수님들이 모두 보시는 반면 Cornell에서는 레지던트들이 1년차부터 최고연차인 3년차까지 각자 환자를 맡아서 병력청취부터 신체진찰, assesment 그리고 treatment/diagnostic plan까지 모든 것을 맡고 있었습니다. 단지 최종적으로 diagnose 하고 treatment plan을 짜기 전에 교수님들과 함께 discussion을 한 뒤에 교수님께서 확인을 해주시면 레지던트가 다시 들어가서 환자 진료를 마무리 하는 식이었습니다. 때로는 교수님이 직접 환자를 보는 것이 필요하면 함께 들어가 진료를 마무리하기도 했습니다. 교수님들은 뒤에서 계시고 1년차 때부터 외래에서 레지던트들이 주체적으로 환자 진료를 보는 것이 새로웠습니다. 레지던트 뿐만 아니라 의대생들도 이와 비슷하게 좀 더 적극적으로 환자 진료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본과 3학년 후반부 부터는 한명의 레지던트와 한명의 학생이 짝을 이뤄서 함께 환자를 진료하러 들어가게 되고, 이때에는 학생이 레지던트처럼 history taking부터 physical exam까지 마친 뒤 교수님께 이를 presentation하고, assessment와 plan까지 스스로 생각해서 교수님과 discussion한 뒤 환자에게 돌아가 plan에 대해 설명하고 환자 교육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실습 형태가 새로웠는데 visiting student임에도 불구하고 제게도 Cornell medical student와 마찬가지의 것을 기대하셔서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다행히도 초반에는 직접 환자를 보는게 부담될 것을 교수님들도 이해해 주셔서 참관을 위주로 하다가 실습 후반부로 가서는 저도 레지던트와 짝이 되어 처음부터 끝까지 환자를 진료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약 이름도 생소하고 책에서만 보던 생소한 케이스들도 많아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자꾸 접하고, 공부하고, 모르는 것은 계속 질문하며 배우다 보니 어느새 적응이 되었습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막상 직접 해보니 걱정했던 것 보다 환자들도 협조적이고, 미숙한 점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고, 레지던트들도 옆에서 도와줘서 고맙기도 하고 더 즐겁게 실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께 환자 presentation 하는 것도 처음에는 중구난방이며 너무나도 미숙하던 저에게 꾸짖기 보다는 보완할 점들에 대해 조언해 주시고 treatment plan에 대한 제 부족한 의견들도 존중해 주셔서 저도 자신감을 가지며 조금씩 나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병원 규모도 크고 워낙 다양한 인종들이 살고 있는 미국이여서인지 책에서만 보던 흔하지 않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도 만날 수가 있어서 공부하는데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sickle cell anemia로 splenectomy를 앞두고 있는 환아부터 caudal regression syndrome, congenital solitary kidney, b-thalassemia 등을 가지고 있는 환아들을 보았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clinic은 소아 류마티스 clinic이었는데 juvenile idiopathic arthritis부터 polymyositis, dermatomyositis 등 면역 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제대로 관리해주면 얼마나 호전될 수 있는지 보는 것이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소아 재활 clinic에서는 뇌성마비 아이들이 early intervention에 의해서 걷게 되고, 손도 쓸 수 있게 되는 등 좋은 경과를 보이고 훨씬 나은 삶의 질을 얻게 되는 것을 보며 early detection, early intervention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clinic들을 돌아보면서 새로운 지식을 쌓고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는 것도 충분히 흥미롭고 보람찼지만 거기에 더 나아가 이 경험이 값질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새로운 분야를 경험하면서 소아과 안의 다양한 subspecialty에 대해 좀 더 알아가고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류마티스 질환이 소아에서도 이렇게 많을 줄 상상도 못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류마티스 질환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또한 뇌성마비의 아이들을 보면 대개 청소년이 되어서도 계속 휠체어에 의존하거나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bed ridden상태로 살아가는 아이들이 많아 안타까웠는데 제때에 제대로 된 intervention만 해줄 수 있다면 조금이나마 움직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이, 눈으로 좋아진 아이들을 보면 확실히 깨달을 수 있어 정말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소아과 의사가 되어 꼭 재활 전문의가 되지 않더라도, 그런 아이들을 본다면 조기에 어떤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해야 그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알게되었기 때문입니다.
Cornell은 매우 학구적인 곳이었습니다. 매일 점심마다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각 department의 교수님이 오셔서 레지던트들을 위해 lecture를 해주시고, 매주 하루는 레지던트들끼리 논문 하나를 정해서 토의하기도 하고, 소아과 department 전체가 모여서 외부/내부 강사들을 통해 듣는 강의도 두 번 정도씩 있는 등 모두가 계속 공부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런 다양한 conference에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었고, visiting student인 저도 참여할 수 있어서 함께 공부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실습을 하는 내내 외국학생이라고 차별하지 않고 다른 학생들과 동등하게 기회를 주고 대우해 주셔서 감사했고 모든 교수님들, 펠로우들, 레지던트들이 항상 궁금한 점이 있으면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설명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잘못하면 너무 어렵고 힘들 수만 있었을 실습을 너무나 많이 배울 수 있었던 행복했던 시간과 경험으로 남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의료제도의 차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전혀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미국에서는 하루에 외래에서 환자를 많아도 열명정도밖에 보지 않아서 한 환자당 짧게는 30분, 길게는 2시간까지도 할애하며 환자 진료를 하는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히 긴 시간때문만이 아니라, 환자의 acute한 chief complaint만 보기보다는 general한 concern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 하고 환자 가족과 사람대 사람으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는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환아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영아에게 수유하는 방법, 이유식 진행 방법, 잠 재울 때 주의할 점, 나이별 카시트 사용법 등 환아 일상 생활에 대한 세세한 것 하나하나까지 의사가 진료실에서 진료의 일부분으로 교육을 하는 것이 routine으로 이뤄지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워낙에 환자 교육에 들이는 시간이 많다보니 참관하는 동안에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이렇게 배운 것을 바탕으로 제가 환자교육할 때도 사용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런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를 보면서 저도 의사가 되어 어떤 한 아이의, 가족의 주치의가 된다면 지금 당장의 문제만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주치의로서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전인적인 진료를 하고 환자 교육에 좀 더 힘쓰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4주라는 시간은 어떻게 보면 매우 짧을 수 도 있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4주간의 실습을 통해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배우고 얻어왔기에 전혀 짧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조금 더 시간이 있었다면, 한달이라도 더 있을 수 있었다면 너무나 좋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실습을 시작할 때, 한국과는 여러모로 너무나도 다른 환경이었기에 적응하는데에도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약의 브랜드 이름을 공부해가고, 엄마들 사이에서 쓰이는 병명의 "nickname"등을 알아가는데에도 시간이 걸려서 초반에는 너무나도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번 실습을 통해 정말 많이 느끼고 도전받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은 어떻게든 오늘만, 내일만, 이겨내고 의사가 되어야 겠다 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에 가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또 이미 충분히 존경받는 위치에 올라가서도 학생들이나 레지던트들 교육에 힘쓰고, 그 어떤 질문에도 열심히 설명해 주시는 교수님들을 보며 나도 저런 의사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국시를 바로 앞에 앞두고 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의사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첫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는 졸업하지만 의사로써 항상 공부와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고 환자들을 대함에도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그 환자에게는 내가 only 의사라는 생각으로 항상 최선을 다해서 진료하는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의료제도나 시스템은 너무나 다르고, 각자 분명한 장점과 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더 나아보이는 것만 베껴오거나 단지 단점만을 부각시켜서 나쁘게 보기보다는 배울 점은 배우되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게 잘 다듬어서 가져오고, 또 안좋은 점은 인정하고 바꿔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길지 않은 실습 기간이었지만 너무나 값진 경험을 하고 돌아올 수 있었고,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많은 교수님들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