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한새샘
University College London(UCL)은 런던 중심부에 위치한 TIMES 선정 세계 16위의 연구 중심 대학교로, 총 150개국 출신 학생들로 구성된 글로벌 대학입니다. UCL 부속 기관인 Institute of Neurology는 1950년 설립되어 Gowers’ sign을 이름붙인 Sir Wiliam Gowers, 윌슨병에 처음으로 페니실라민을 쓴 Dr. John Walshe, 처음으로 spinal tumor 제거 수술을 한 Sir Victor Horsley 등 신경과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사람들이 교수로 있었던 곳입니다. 그래서 병동 이름도 이런 의사들의 이름을 따서 지어져 있었습니다. Institute of Neurology에서는 final year medical student들을 대상으로 4-8주 과정의 정규 일렉티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원한 분야는 신경외과였는데, 신경외과 뿐만 아니라 기관에서 진행하는 모든 프로그램에 참석이 가능했고 신경과 전반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1. Breakfast Club 매주 수요일 아침 8시에 과일, 빵, 커피 등 간단한 아침과 함께 lecture를 듣고 토론하는 시간입니다. 전공의 선생님이나 교수님이 30-60분 정도 강의를 하고, 일렉티브 학생들과 UCL 학생들이 참여하게 됩니다. 자유로운 분위기로 진행되며, 강의도 길지 않아 집중하기 좋습니다.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지만, 틀린다고 혼내지 않으며 강의자가 정말 열정적으로 수업을 하기 때문에 질문을 하기도 쉽고 평가받지 않는다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2. Bed Side Teaching 진짜 Bed Side Teaching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시간이었습니다. 담당 전공의 선생님 1명마다 학생 2명이 배정되어 매주 1시간씩 입원한 환자에게 동의를 받고 학생들이 진찰을 하는 시간입니다. 실제로 환자들에게 의과대학 학생들이 잠깐 진찰을 해도 괜찮을지 물어 보았을 때 거절을 하는 환자는 없을 정도로 환자들이 관대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어설프게 진찰을 하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더라도 환자분이 이해해주고 웃어주고 농담을 하는 분위기가 인상깊었습니다.
예를 들어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환자에게 가서 전공의 선생님이 tremor를 어떻게 진찰할거니? 라고 하면 학생이 직접 진찰을 해보고, 잘못된 것은 선생님이 집어주었습니다. Gait 진찰도 직접 해보면서 학생들이 관찰한 것을 하나 하나 말할 수 있었고, 감별진단하기 위해 진찰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등 자세하게 신경학적 진찰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3. Gowers Grand Round, Critchley Round, Clinico-Pathological Round 매주 월, 화, 목 오후에는 다양한 형태의 대회진이 있고 의과대학 학생들과 일렉티브 학생들은 원하는 때에 언제나 참석할 수 있습니다. 월요일에는 Clinico-Pathological Round라고 하여 환자 케이스를 주치의 선생님이 발표하고, 병리과 선생님이 병리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설명을 해줍니다. 매우 보기 드문 케이스를 많이 보여주기 때문에 재미있고, "Tumor-to-Tumor metastasis"라는 전세계에 100건 정도 보고가 된 케이스도 볼 수 있었습니다.
화요일에는 Critchley Round, 목요일에는 Gowers Grand Round가 열리는데, 이는 대강당에서 진행되며 환자가 직접 강당에 옵니다. 그리고 교수님이 환자에게 직접 문진을 하고 진찰을 하며, 강당에 앉아있는 학생들, 다른 전공의 선생님들도 환자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과 진찰하고 싶은 것을 제안하여 진찰을 해볼 수 있습니다. 신경학적 진찰을 한 단계, 한 단계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안구 운동을 평가하는 방법 같은 것도 세세하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4. Handover meeting(당직보고) 매일 아침 8시에는 신경외과 당직보고가 있습니다. 크로아상, 바나나, 커피, 홍차 등 아침이 제공되며 그날 당직의가 새로 입원한 환자를 보고합니다. 또 환자의 MRI를 보며 교수님은 전공의 선생님들에게 저 영상을 판독해보라고 질문을 던져서 전공의 선생님들이 긴장해 있는 시간입니다. Spinal abscess부터 brain tumor 등 다양한 케이스에 대한 논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5. Ward Round(회진) 신경외과 회진 뿐만 아니라 정신과 회진에도 참관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수요일 오후에는 주로 정신과 회진에 참석하였습니다. 이 곳에서는 교수님이 돌아다니며 환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큰 미팅룸에서 교수님, 담당 주치의, 담당 간호사가 환자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논의를 합니다. 그러고 난 후에 담당 간호사가 환자와 보호자를 미팅룸으로 데리고 옵니다. 환자는 대개 환자복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니라 평상복을 입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의사도 white coat를 입지 않습니다. 그리고 환자에게 현재 증상이 어떠한지, 앞으로의 치료계획은 어떻게 될 것인지 등을 논의합니다. 환자 1명 당 충분한 시간을 쓸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였습니다.
6. 외래 Supervisor 교수님 외래에는 back pain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주로 왔습니다. 환자 1명 당 많은 시간을 허용해두고, 외래에 들어오는 환자 분마다 저를 소개하며 의과 대학 학생인데 참관을 해도 괜찮으냐고 묻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증상을 차근차근 문진하고, 증상의 심한 정도에 따라 운동, NSAID 등 conservative management를 권하기도 하고,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 예약을 잡아주었습니다. 교수님이 수술의 합병증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는데, 놀라웠던 것은 이렇게 한 번에 수술 동의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consent clinic이라는 예약을 또 잡아 보호자를 동반하여 병원에 다시 오면, 교수님이 수술의 risk에 대해 고지를 자세하게 또 하는 시간을 가진다는 점이었습니다.
또 정신과 외래에도 참관을 갔었는데, 반 나절 동안 총 4명의 환자만을 예약 받아 놓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환자는 다양했고 우울증을 진단받은 중년 여성, anorexia nervosa를 진단받은 19세 여성 등이 환자로 있었는데, 외래를 맡은 전공의 선생님이 한 명 한 명 history를 설명해주어 지루하지 않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7. 수술 당직보고와 회진이 끝나면 theatre에서 수술을 참관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수술실을 theatre라고 부릅니다. 수술은 매우 여유롭게 진행이 됩니다. 오전에 2건 정도 수술을 하고, 중간에 커피 브레이크를 가지면서 전공의 선생님이 수술한 환자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실습을 할 때 기회가 안 되어 보지 못했던 DBS 수술, 여러 lumbar disc decompressing surgery, brain electrode 삽입 등 다양한 수술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규 일렉티브 프로그램이라 UCL의 정식 학생 신분으로 다양한 프로그램(렉쳐, 세미나, 외래, 회진 등)에 참여할 수 있어서 매우 유익했습니다. 또한 같이 일렉티브 프로그램을 하는 독일, 호주, 에스토니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학생들과 교류하고, 같이 공연을 보기도 하면서 즐거운 추억을 많이 남길 수 있었습니다.
영국의 의료 시스템도 잠깐이나마 경험해 볼 수 있었는데, 수업에서만 배우던 한국과 영국의 의료 체계 차이에 대해 직접 의견을 들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환자로서는 모든 의료가 무료이지만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는 문제, 의사로서는 여유있지만 신경외과 의사이든 내과 의사이든, 하루에 환자를 몇 명을 보든지 상관없이 봉급이 똑같다는 점이 단점이지 않을까 생각하였습니다.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저에게 진로를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도 도움이 되었고, neurology 마스터들에 둘러싸여 이 학문의 즐거움을 더욱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