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얻은 교훈과 감동

KAMC 해외연수 장학생 소감문

호주에서 얻은 교훈과 감동

인하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4학년 김현지

저는 올해 3월, 4주간 호주 James Cook University에서 진행하는 Clinical elective program에 지원하여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JCU에서 연계해준 Cairns Hospital은 호주 퀸즐랜드 주 북부 해안가에 위치하며, 많은 병실에서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500병상 규모의 병원입니다.

특성화 선택 실습을 호주로 지원한 이유는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의료 환경을 경험하고 싶었고, 해외 의과 대학 학생들과 교류하며 저의 식견을 넓히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또 막연하게 가지고 있는 영어 사용에 대한 두려움을 도전 정신으로 극복해보고 싶었습니다. 이 과정에 지원한 후 합격 발표가 있기까지 기다림이 굉장히 길었고 개인적으로 많은 서류를 준비하여야 했기에 준비과정은 순탄하지 못했습니다.

호주에서 얻은 교훈과 감동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호주 케언즈 병원에서 2주간 Oncology department, 남은 2주간 Rehabilitation department에서 실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인 실습 과정은 한국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침 8시에 출근하여 각 부서 meeting을 간단하게 가지고, consultant가 오면 morning rounding을 시작합니다. 하루에 봐야 하는 입원 환자가 보통 15명 이내로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당 15분에서 30분 이상 할애하기 때문에 morning rounding은 오전 9시부터 시작해서 오후 2시까지 계속됩니다. Oncology department에서는 그 외 외래 참관을 하였고, Rehabilitation department에서는 Family meeting이 주 활동이었습니다.

Family meeting은 거의 매일 있었고, 환자와 환자 보호자, 가족, 간호사와 의사, 물리 치료사, 사회 복지사, 병원 직원들까지 모두 모여서 1시간 이상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재활의학과를 생각하고 실습 선택을 했던 저에게 낯선 모습이었습니다. 환자와 가족들이 호소하는 이야기를 자세하게 듣고, 어떤 방안을 제안할 수 있는지 토론하며 앞으로의 계획까지 매우 세밀하고 신중하게 meeting을 갖습니다.

그 외 JCU 담당자가 저에게 intern이나 junior doctor에게 제공되는 강연들에 참석할 것을 권유하여 매주 화, 목, 금요일에 점심 시간 강연에 참석하였습니다. 병원이지만 인턴들에게 정말 많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Feedback을 원하며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기울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담당자의 배려로 매주 목요일에 진행되는 plaster training에도 참가하여 저와 제 친구들에게 서로 plaster를 해주는 연습도 할 수 있었습니다.

호주에서 얻은 교훈과 감동

4주간의 실습을 하면서 길게도 느껴지고, 짧게도 느껴졌습니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호주에서 생활하면서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덕분에 깊이 있는 고민을 할 수 있었습니다. 호주라는 대륙이 워낙 넓다 보니 거리의 개념, 시간의 개념이 우리와는 달랐습니다. 이런 그들이 가지는 여유로움 덕분에 의료 시스템도 크게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레지던트들도 아침 8시에 출근하고 저녁 6시에 퇴근하며, night duty가 많지 않고 의사의 일과 간호사의 일들이 뚜렷하게 구분되어있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의 화두라고 할 수 있는 Quality of life가 잘 지켜지는 모습이었습니다. 1명의 의사에게 배정되는 환자의 수가 적고, 이는 집중과 관심으로 연결되었습니다. 부러운 환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큰 병원에 접근성이 많이 떨어져서 이를 보완하고자 화상 시스템으로 local 병원과 연계가 굉장히 잘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서로에게 이송한 환자들이 어떤 상태인지 계속해서 소통하고, follow up을 하였습니다.

JCU 의과 대학 학생들도 만나 그들의 교육 방식에 대해서 접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와는 다르게 5학년이면 국시 시험을 보고 6학년에는 No paid internship처럼 병원 실습을 해야 자격증이 나온다고 합니다. 2학년 때부터 오전에는 병원 실습, 오후에는 개인 공부 혹은 수업을 듣는 방식입니다. 자유로운 일정이지만 그에 따른 책임의 무게를 직접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병원 실습에서 가장 신선하고 충격이었던 것은 병원 관계자 모두가 위계질서가 아닌 철저한 동료 의식으로 서로 소통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문화의 차이인지 언어의 차이인지 이는 모두에게 적용되었습니다. 하루는 저의 사수 마틴이 consultant 압둘 바심과 한참을 치료법 때문에 싸우더니, 저를 보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너희 나라에서도 이런 식으로 싸우는 일이 일상적이니?"

전 당연히 아니라고 했습니다. 교수님과 치료법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레지던트라, 실습을 돌면서도 본 적이 없고 제가 그 위치에 있다고 해도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정말 많은 내용을 토론하고, 가끔은 싸우기도 하며 최상의 방법을 찾습니다. 사수가 말해주기로 년차가 쌓인다는 것은 권한이 많아지고 책임이 깊어지는 것을 의미하지 권력의 상징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진정한 존중이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이는 비단 교수와 레지던트들 사이의 관계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레지던트들 사이에서도,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 환자와 의사 그 모든 관계에서 수평적이고 서로를 배려하며 이야기하고 있음을 수없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호주에서 얻은 교훈과 감동

같은 맥락에서 언어의 차이인지 태도의 차이인지 환자를 대하는 그 공손함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잘 견디고 있다는 말이나, 어떠한 내용을 접해서 기쁘다거나 유감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면서 환자들과 라뽀를 잘 쌓는다는 것이 이러한 행동이구나 하고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Oncology department에서 겪었던 한 episode로 보고서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췌장암 말기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60대 여성 환자에게 사수였던 셀린이 찾아가서 대화를 나누는 태도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침대 맡에 앉아서 30분간 두 손을 붙잡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의료진은 당신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할 것이며, 남은 시간 동안 당신이 불편하다면 모든 조치를 다 취해주겠다.´라고 위로하며 안 좋은 내용을 전하게 되어 유감이라는 말을 끊임없이 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환자는 ´날 위해 노력해줘서 고마워요.´라고 답변하였습니다. 며칠 후 환자는 세상을 떠났지만 제 기억에는 오늘까지 기억에 남을 아름답고 가슴 아픈 장면이었습니다. 비록 타지에서 여행이 아닌 거주를 하며 배움을 구하고자 시작한 일이었으나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교훈과 감동을 얻고 돌아온 4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