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외국에 나갔다가 귀국 비행기를 타고 들어오면서 세관신고서라는 것을 쓰게 된다. 이때 직업란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을 쓸 때 잠깐 망설이게 된다.
직업을 “의사”로 써야할지, “교수”로 써야할지, 아니면 “의대교수”로 써야 할지, 금방 판단이 안 서기 때문이다. 물론 “의대교수”가 가장 정확한 용어 같지만, 국문과 교수가 자기 직업란에 “국문과 교수”라고 쓰지는 않을 것이기에, “의대교수”라는 구체적 직업의 기입은 무언가 어색하다. 그러면서 새삼 “의대교수”라는 “직업”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의대교수”가 아닌, 다른 “타 학문 분야 교수”들(약간 무례할 수도 있지만, 의대 안에서는 이분들을 “일반교수”라고 통칭하기도 한다)은 일 년의 반을 방학으로 자유롭게 쓰는 것에 비하여 “의대교수”들은 방학이 아예 없다. 오히려 전공 진료과에 따라서는 그 때가 일 년 중 가장 바쁘기도 하다. 휴일에도 회진이나 응급환자를 이유로 병원에 나오는 일들이 수없이 많다. “일반교수”들은 출근도 자유롭다. 강의시간만 엄수하면 되는 경우들도 있다.
그러나 “의대교수”들은 새벽에 병원에 출근하여, 밤늦게야 퇴근하는 삶을 평생 산다. 그러면서도 초과근무수당이라는 것은 아예 생각조차 해 보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열악한 인생”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요즘 전공의들은 의대교수 되는 것을 스스로 포기한다는 이야기까지 들리기도 한다.
전우택,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연세대학교 정신건강의학교실, 인문사회의학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