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상3:우리가 함께 지켜야 하는 것들

2020년 의대생 신문과 함께하는 의대생 글쓰기 공모전 당선작

우수상3 :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2학년 김태훈 제목: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하는 것들

‘올해, 단 하나, 당신이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2040년 1월 1일, 오늘, 포털 사이트 메인을 차지한 기사의 제목이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너에게 미리 알려주고 싶은 내용이 있어 이렇게 편지를 쓴다.

2020년을 살아가고 있을 네게 어떤 것이 소중할까? 무엇을 지키고 싶을까? 2020년을 너의 모습으로 이미 지나쳐 버린 나의 삶을 반추해 볼 때, 네가 놓쳤던 것들이 있는 것 같다. 나는 그것에 대해 네게 이야기해 주려 한다.

너는 지금 본과 2학년이고 다양한 질환에 대해 배우고 공부하고 있을 것이다. 특정한 증상으로 찾아온 환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환자의 답에 따라 적절한 신체 진찰을 하고 의심되는 질환을 추정하는 과정에 대해 배우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질환에 대해 배울 때마다 궁금했던 것은 없었을까? 아마도 왜 사람은 병에 걸리는 것일까에 대해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민물고기를 생식으로 섭취한 환자가 기생충에 감염되어 간담도계의 이상을 겪게 되기도 하고, 매일 과량의 음주를 한 환자가 만성 췌장염을 진단받기도 한다. 그런데. 아직도 원인을 알 수 없는 건강의 이상으로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가 있다면?

2040년인 지금도 모든 질환의 원인이 명쾌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2040년인 지금 호발 질환들은 2020년에 네가 배웠던 질환들과 병태생리적으로 조금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새해를 맞이하며 오늘 신문에서 읽었던 기사도 이에 대한 내용이었다.

2040년에는 알 수 없는 호흡기 질환과 심혈관 질환자들이 발견되고 있다. 2020년 이후로도 매년 ‘연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급증했다. 뿐만 아니라 ‘연중 기준치 이상 미세먼지 일수’도 연 300일 이상을 상회하고 있다. 강과 바다에 이유 없이 죽은 물고기가 발견되기도 하며, 이들의 사체를 분석한 결과 ‘미세 플라스틱’이 과량 검출되고 있다. 원인 불명의 혈전이 발생한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혈전을 분석한 결과 혈전 내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있다.

2020년의 나를 돌이켜 보니, 편한 삶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숙사 생활을 하며, 일회용 용기에 담겨 배달되는 배달 음식을 먹으며 생활했다. 물론 남은 음식물을 정리하고 플라스틱을 분리배출 하기는 하였지만, 내가 분리배출 한 플라스틱이 어떻게 분리수거 되고 어떤 과정을 통해 재활용되는지 무관심했다.

분리배출 하면 당연히 재활용이 되는 줄 알았던 유색의 플라스틱들이 실제로는 재활용되지 못하기도 한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분리하여 배출되었으나 재활용 되지 못한 플라스틱들은 결국 태워지거나 땅 속에 묻혔다. 태워진 플라스틱은 공기 중 오염물질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켰고, 묻힌 플라스틱은 완전히 분해되지 못한 채 ‘미세 플라스틱’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다양한 생물체의 생체에 흡수되었다.

2020년 너는 다양한 질환의 병태생리에 대해 배우고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아파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잘 알지 못하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질병에 걸리는 사람들도 있다. 천연 물질은 독성이 없고 화합물은 독성이 있다는 편견을 갖고 살아가다 항생제 치료 시기를 놓쳐 패혈증에 걸리는 사람, 소독제로 만들어진 제품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안내하지 않는 기업과 기업으로부터 적절한 사용법을 안내받지 못해 인체에 해로운 방법으로 소독제를 사용하여 호흡기의 문제가 발생한 사람 등.

그래서 나는 네게 미리 알려 주고 싶다. 어떤 때는 알지 못하다는 이유만으로 돌이키지 못할 건강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 그래서 네가 배우고 있는 그것을 열심히 익히되, 그것만이 전부라는 생각은 버리라는 것을.

현대 의학은 미생물의 발견과 위생 개선 등을 통해 인류의 건강 향상에 이바지했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편안함을 위한 다양한 것들을 만들었고, 그 중 일부는 환경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새로운 것들이 인간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완전히 알 수 없다.

항경련제로 개발된 탈리도마이드라는 약물을 알 것이다. 이 약물은 경련 치료 외에도 산모들의 진정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여 산모에게도 처방되었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진정 효과를 낸다고 여겨졌던 약물의 성분은, 광학 이성질체로는 혈관 생성을 막아 임신 중인 태아들이 팔다리가 없는 기형을 안고 태어나게 만들었다.

2040년 지금, 너는 진료실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이면서도, 지구의 환경과 인류의 건강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로 살아가고 있다. 이미 지나온 삶을 되짚어 네게 ‘지금’, ‘단 하나’, 너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네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편안함의 원인들이, 간접적으로라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지, 꾸준히 의문을 품고 공부하라는 것이다. 2040년의 의사는 네가 예방의학에서 배운 것처럼 다양한 원인과 인간의 건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너의 건강을 위해서도, ‘환경 보호’만 했더라면 아프지 않았을 너를 찾아온 환자들을 위해서도, 더 열심히 배우고 실천하자. 2020년의 네가 2040년의 건강한 내가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