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니체는 오직 자신만이 증인인 시련이 있다고 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당신은 증인이 되었는가 혹은 스스로에게 굴복했는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던 21살. 대학에 들어오고 깨달았다. 끝이 아니라 진정한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어느 자리에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머니께 배운 최우선의 가치인 정직함을 잃지 않고 살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7살 때 길에 버린 음료수 캔을 기억하는가? 해가 져갈 무렵, 골목엔 어머니와 둘 뿐이었다. 무심코 길에 버린 음료수 캔으로 어머니께서 호통을 치셨다. 누가 보지 않더라도, 혼자 있을 때에도 잘못된 일은 하면 안된다고 하셨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는 법을 배웠다. 21살, 예과 1학년인 지금 아무것도 모르지만 정직이라는 가치는 내 삶의 중심축을 이뤘다. 길에서 받은 전단지는 무조건 쓰레기통까지 들고 가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에서도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어떤 이는 미련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게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가장 큰 유산이고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아직까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갈 수 있었다. 분명히 쉬운 일은 아니다. 언제나 유혹이 도사리고 있고, 가끔은 흔들릴 때도 있다. 한 사회의 구성원이 된 당신에게는 더욱 어려운 일이리라. 하지만 지금의 위치와 누리는 모든 것의 바탕에는 정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언제나 가슴속에 새기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밑바탕이 흔들리면 아무리 공을 들여 세워도 무너지기 마련이다. 위태위태한 고층 빌딩보다 뿌리부터 견고한 나무위 오두막에 사는 삶을 택하자.
불안함의 연속인 삶 속에서 항상 안정된 삶을 동경했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나의 능력 밖의 일이었음에도 해낸 것은 감사함이었으며 동시에 불안이었다. 강산이 바뀌는 것을 몇 번이고 더 감내해 온 그대에게 묻고 싶다. 동경하던 안정을 찾았는가? 찾았다면 그것은 어떤 형태로 나에게 오는가? 명예인가 가족인가 돈인가. 선뜻 답하지 못해도 좋다. 사실 이 문제는 지금의 나와 미래의 당신이 생이 끝날 때까지 고민해도 답할 수 없다. 약간의 완벽주의 성향은 학창시절부터 무단히도 스스로를 괴롭혔다. 항상 무엇인가에 도전하고 해내야 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안정을 동경했다. 하지만 평탄한 삶은 내가 견디지 못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렇기에 한 가지 부탁을 하려 한다. 혹시 지금 현실과 타협한 삶을 살고있다면 당장 어디든 떠나라. 어디든 좋다. 가서 도전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라. 어른들은 나이가 들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하지만 21살의 나는 안주하는 삶을 살기위해 의사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지금의 나는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갈망하는 삶을 살 것이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테니, 미래의 당신도 내 노력에 상응하는 선택을 내려라. 혹은 현재의 삶이 만족스러운가? 그런 생각을 갖는 것 자체가 오만이며 열정을 잃었다는 증거이다. 현재의 자리에 멈추지 말고 스스로를 항상 경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기를 바란다. 어린시절부터 꿈을 이루기 위해 무단히도 노력해왔다. 달리기 중에 지칠 수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들이 시련에서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탄성력을 길러줬다는 잊지 말자.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아라. 어떤 사람들이 곁에 남아있는가? 학창시절 나는 친구들과 은사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들이 없었다면 아마 의사의 꿈을 꾸지도 못했을 것이다. 나를 위해 희생하고, 걱정해주며 함께 울고 웃었던 시간들을 기억해라. 인생의 가장 절망의 순간에 손 내밀어준 구원자들이다. 그들에게 받은 사랑은 지금의 당신을 만들어주었고 삶의 원동력이 되었다. 말로 다할수 없는 고마움을 가슴속에서 잊지 말아라. 그들이 준 사랑을 백 배, 천 배로 키워 평생에 걸쳐 되돌려 주어라. 혹시 사이가 틀어진 사람이 있다면 먼저 가서 손내밀어 사과하라. 당신이 자존심 세워야 할 대상은 그들이 아니다. 의사가 되면 사랑하는 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지새웠던 밤을 기억하는가? 그 목표가 어느정도 실현 가능해진 당신에게 부탁한다. 혹시 누가 아프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아낌 없이 도와주길 바란다. 20여년을 산 지금의 나에게 가장 큰 자산은 그들이다. 그리고 미래의 당신에게도 그러리라 생각한다.
의사로서 당신만이 증인인 시련의 무게는 얼마나 되는가? 밤샘 근무와 늦은 업무까지 마치고 환자를 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지치는 일이다. 하지만 의사는 여러 명의 환자를 보지만 환자들은 의사 한 명을 보기 위해 몇 시간씩 기다린 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피곤한 것은 그들의 탓이 아니며 아픈 상황에서 믿고 의지할 것은 당신뿐이다. 모든것을 포기하고 싶은 때일수록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그들을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삶의 무게에 눌릴 때 마다 의학을 배우고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하자. 그 힘을 얻기 위해 평생동안 해온 노력을 되새기자.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매일 매일이 당신에겐 새로운 기회이며 동시에 특권이다. 당장 한 달 앞의 일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20년 30년 후의 당신의 모습이 기대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10년 전의 나와 내가 다르듯이 당신과 나도 많이 다르리라. 지금의 내가 당신에게 할 수 있는 한 가지 약속은 당신이 지금의 나를 원망하지 않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학업에 정진하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겠다. 그러니 당신이 증인이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