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상 3: 아주 다양한 종류의 도움

2021년 의대생 신문과 함께하는 의대생 글쓰기 공모전 당선작

2021년 의대생 신문과 함께하는 의대생 글쓰기 공모전 당선작
(주제 :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의학 전공 과목”)

대상 : 김미성(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의학과 2학년) 제목 : 아주 다양한 종류의 도움

본과 2학년은 임상의학 과목을 배우는 학년이다. 감염학과 내분비학, 신장비뇨기학과 혈액종양학, 소아과학과 산부인과학을 한 블록으로 묶어 배웠고, 지금은 피부감각기학과 임상신경학을 배우고 있다. 어렵게 배운 것들은 시험을 치고 나오면 다시 낯설어지곤 한다.

학생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어떤 전공이 나와 맞을까?’, ‘나는 나중에 무슨 전공을 선택할까?’ 일 것이다. 실습도 해 보고, 인턴도 돌아봐야 운명처럼 나와 맞는 전공을 알아보게 된다고들 하지만, 맞지 않는 전공은 이론 수업을 들을 때부터 뇌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 같다. 나에게는 소아과가 그랬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선천성 질환, 개월 수에 따른 성장 발달 과업과, 시기를 맞춰 놓아야 하는 예방 주사, 그리고 다양한 예외 사항 등 영문도 모르고 외울 것이 너무나 많았다. 소아과에 대한 흥미는 저 바닥을 헤엄치고 있었다.그날은 신생아에 대해서 배웠다. ‘홍창의 소아과학’을 펴 놓고, 몸무게가 적거나, 제태주수를 다 채우고 나오지 못했거나, 태변을 흡입해서 생명이 위태로운 고위험 신생아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알아 나갔다. 약물 하나 하나가 굳이 애쓰지 않아도 외워졌고, 강의록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면, 어쩌면 나중에 한 아이를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그렇게 오전 수업이 끝났다.

오후에는 유산에 대해 배웠다. 절박유산, 불가피 유산, 계류유산, 그리고 인공유산. 주수별로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고, 어떤 효과를 가진 약물을 사용할 수 있으며, 어떤 기구를 사용하는지, 인공유산 후에 챙겨야 할 처치까지. 꼼꼼히 필기하고 외웠다. 한 아이를 죽이는 방법에 대해서. 분명히 오전에는 사람을 살리는 방법에 대해 배웠는데, 오후에는 사람을 다시 천국으로 보내는 방법을 익혔다. 수업이 끝나고 동기들과 얼굴을 마주보며 이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더라면, 혼란스러운 느낌을 받은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조금이나마 덜 절망스러웠을까?
그날은 복습을 하지 못했다. 괜히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집밥이 먹고 싶다며 떼를 쓰고, 끊고, 멍하니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의학이란 무엇인가? 어째서 한 생명을 살리는 방법도, 죽이는 방법도 한 학문 안에 들어 있을 수 있는가? 이 혼란함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교과서를 펼쳤다. Williams obstetric, 24thed, 363p, Induced Abortion – Classification, Therapeutic Abortion. 임신 중절의 적응증이 되는 몇몇 심각한 medical, surgical disorder가 있다. 예를 들자면 Cardiac decompensation이 지속적인 폐고혈압과 함께 계속될 경우, 중증 고혈압성 혈관 질환이나 당뇨, 암이 있는 경우. 성폭력을 당했거나 근친상간인 경우 대부분 임신 중절을 고려하곤 한다. 현재 가장 흔한 적응증은 심각한 해부학적, 대사성, 신경정신적 기형이 있는 경우이다. 태아 기형의 중대성은 그 범위가 넓으며, 대체로 사회적, 법적, 정치적 분류에 의해 정의된다.

그리고 이해했다. 앞뒤 맥락을 자르고 배운 ‘인공유산 : 정의, 방법, 예후’은 실은, 그 아이를 가진 여성을 위한 방법이라는 것. 고위험 신생아를 케어하는 방법과 인공 유산, 이 모든 것이 의학이라는 한 학문 안에 들어가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전부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나는 그 날 생명을 살리는 방법을 오늘 두 가지 배운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아주 다양한 종류의 도움을 배워 나가겠지. 또 다시 혼란스럽고 절망스러울지라도, 모든 도움의 목표를 생각하며 다시 마음을 잡아야겠다.